일본 젠더 연구자 세치야마 가쿠 별세
동아시아 가부장제 비교 연구로 알려진 일본의 젠더 연구자 세치야마 가쿠 도쿄 대 대학원 교수가 지난 17일 급성 관상동맥질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62세인 고인은 1963년 나라현 출생으로, 도쿄대 사회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동아시아 가부장제와 젠더 구조를 비교 연구해 왔다. 그는 한국인 배우자와의 결혼 및 육아 경험, 한국과 대만 체류 등을 바탕으로 일본어뿐 아니라 한국어, 중국어, 영어에 능통했으며 현장 경험을 토대로 한 연구로 주목받았다.
세치야마 교수는 대표 저서인 ‘동아시아의 가부장제’에서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북한을 비교하며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상호작용 속에서 젠더 구조를 분석했다. 그는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가 곧 해방으로 이어진다는 단편적인 시각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으며, 동아시아에서는 전업주부가 계층 상승의 의미를 갖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 대해 유교적 전통과 계층 상승 지향이 결합된 강한 가부장제가 여성 노동 참여를 제약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대만은 보육 인프라가 부족했음에도 가족 지원과 약한 ‘모자 밀착’ 규범 덕분에 출산 이후에도 여성의 경력 단절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은 외국인 노동력 활용에는 적극적이지만 여성 노동력 활용은 일본이나 대만보다 소극적이라고 진단했다.
세치야마 교수는 한국 사회의 변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가부장제가 근본적으로 도전받지 않는 한 전업주부 중심 구조가 쉽게 해체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남성의 육아 참여 확산과 젠더 인식 개선에도 기여한 학자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