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군사력 넘어 '질서 관리' 경쟁으로
통항 승인과 지정 항로 선언 등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자유롭고 예측 가능한 항행 질서와 충돌하며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정책은 이러한 기존 구도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란 항구 출입 해상교통을 선택적으로 봉쇄하고, 미국이 안전 보장과 비용 부담까지 주도하겠다는 구상은 미국의 역할이 단순 질서 집행을 넘어 '질서 운영' 단계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이는 정책 구상 단계이며 국제법적 근거가 제도화되지 않았기에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국제질서의 운영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규범 위반 국가를 군사적으로 억제하는 것만으로 질서 유지가 가능했지만, 호르무즈 사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보다 적극적인 관리 체계를 요구함을 보여주었다. 미국이 새로운 비용 부담 방식을 제시할 때, 국제사회는 이 방식이 기존 자유항행질서를 보완하는 모델인지, 아니면 특정 국가가 군사력을 바탕으로 통항을 사실상 강제하는 또 다른 형태의 해협관리질서인지를 따져 물을 것이다. 필자가 제시한 전략적 질서관리(Strategic Order Management) 관점에서 볼 때, 지속 가능한 국제질서는 규칙의 정당성, 국제적 신뢰, 그리고 이를 집행할 능력이 결합될 때 형성된다. 따라서 호르무즈에서의 경쟁은 누가 더 강한 군사력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누가 국제사회가 신뢰하는 질서를 제시하고 관리할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다. 한편, 2026년의 사태는 필자가 제시해 온 CAFIB(Continuous Active Force in Being)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했음을 보여주었다. 미군의 연속 정밀타격은 단순히 시설 파괴를 넘어 호르무즈에서 지속적으로 거부능력(Denial)을 행사할 수 있는 군사체계 자체를 약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해상봉쇄 재개와 새로운 통항관리 구상이 결합되면서, CAFIB는 위협 제거 수단을 넘어 국제 해상교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새로운 질서를 지속적으로 집행하는 전략적 기능까지 수행하게 되었다. 이는 군사력이 전장을 통제하는 수준을 넘어 국제질서 자체를 관리하려는 방향으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반면 이란은 TIB(Threat in Being)를 운용하며 불안정성을 유지하지만, 위협이 반복될수록 미국의 더욱 적극적인 대응과 해상봉쇄 추진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양측이 단순히 군사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전략을 끊임없이 진화시키는 '전략적 상호작용 순환(Strategic Interaction Loop)' 속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위협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고 상대방에게 더욱 강력한 조치를 정당화하는 명분을 제공할 위험, 즉 '전략적 과잉확장'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에서 경쟁하는 것은 CAFIB와 TIB 자체가 아니라, 어느 전략이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서의 경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