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권사 DLS 판매는 '신탁 계약'이라 재확인
금융당국이 해외 파생결합증권(DLS)을 신탁 상품으로 판매한 증권사들에 부과했던 십수억 원대 과징금 처분이 항소심에서도 취소됐다. 서울고등법원 행정부(제3행정부)는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을 상대로 금융위원회가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행정처분의 근거 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며,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유추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금융위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은 증권사가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해외 DLS 등을 편입하고 판매한 행위를 자본시장법상 '증권 모집을 분담하는 주선인'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관련 판례를 인용하며, 증권사들이 투자자에게 권유한 대상은 오직 '특정금전신탁 계약' 그 자체일 뿐이며, 신탁재산에 편입되는 DLS 증권을 취득하는 청약을 권유하거나 이를 분담한 것으로 확장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이번 재판에서는 금융위원회의 제재 법리 전반이 문제 되었다. 소송 과정에서 금융위는 당초의 'DLS 주선인' 논리가 불확실해지자, '신탁수익증권 발행인으로서의 미제출 책임'을 예비적 처분 사유로 뒤늦게 추가하려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시도는 "당초 처분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아 원고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며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앞서 금융위는 증권사들이 50인 미만 사모 형식으로 분할 발행한 시리즈 DLS를 신탁 형태로 판매하는 것을 실질적인 '공모'로 규정하고, KB증권에 약 12억 2300만 원, 신한투자증권에 약 9억 1900만 원 등의 과징금을 부과했었다. 금융위가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패소함에 따라, 사모 형태의 분할 발행이나 신탁을 통한 판매 방식에 대한 당국의 제재 관행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