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유물 논란, 친일파 필적 의혹 제기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달 개막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10월25일까지)과 관련하여 큰 논란이 발생했다. 이 전시에 독립운동가 박원근(1912∼1950)의 유물로 소개되었던 한 글씨 작품이 동명이인이자 친일파 부역자로 알려진 박중양(1874∼1959)의 필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해당 작품은 전시에서 철수되었다. 이에 대해 박물관 측은 12일 공식 누리집을 통해 유홍준 관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며, "전시품 검증 미흡에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유물은 ‘一飯是國恩’(일반시국은)이라는 한자 글씨 작품으로, '한 그릇 밥도 모두 나라의 은혜'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원래는 16세기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일으킨 영규 대사(?∼1592)의 어록 일부로 알려져 왔다. 박물관은 애초 이 작품을 충북 보은 출신 애국지사 박원근의 것으로 공식 소개했으며, 이 과정에서 그의 후손이 찾아와 감격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서예계 등으로부터 '박원근'이라는 이름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거명된 일제부역자 박중양의 다른 옛 이름일 수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면서 작품을 철수하고 전문가 감식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박중양은 일제강점기 황해도와 충북도의 지사, 일본제국의회 귀족원 칙선의원 등 고위 관직에 재직하며 식민통치에 기여한 핵심 부역자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그가 "조선 식민 통치 25년간 최고 공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작품은 원래 2019년 미술품 경매에서 애국지사 박원근 유묵으로 출품된 바 있으며, 박물관 측은 이러한 내력을 파악하여 기획전의 주요 전시작으로 선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은 사과문에서 특히 "선조의 유물로 알고 예를 올렸던 박원근 지사 유족분들이 겪으셨을 혼란과 상심에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는 모든 유물의 내력을 다각도로 교차 검증하겠다는 개선 방안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