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 체격부터 관계까지 '다운사이징' 현상 심화
‘잃어버린 30년’을 거친 일본 사회에서 소비와 주거 공간 같은 경제적 영역뿐만 아니라 개인의 신체적 규모와 인간관계 전반에 걸쳐 축소되는 다운사이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는 생활 습관 변화로 인해 키가 줄어들고, 관계 역시 더 좁고 가까운 형태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 사회는 ‘더 적게, 더 좁게, 더 가깝게’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체격의 축소이다. 후생노동성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20세 이상 일본 남성의 평균 신장은 167.7cm로, 1978~79년생 남성 평균보다 3.8cm가 감소했다. 문부과학성 학교보건통계조사에서도 2024년도 17세 남성 평균 신장이 170.8cm로 나타나 최근 30년간 사실상 성장이 정체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메이지 시대 이후 경제 성장과 영양 개선에 힘입어 꾸준히 커졌던 일본인의 키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출생 세대를 기점으로 성장세가 멈춘 양상을 보인다. 인간관계 역시 점차 좁아지고 깊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한 조사에서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1994년의 31.9%에서 지난해에는 10.3%로 급감했다. 반면, 자신에게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상대가 이성인지 동성인지를 물었을 때 동성이라고 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25.5%에서 64.8%로 크게 증가하며, 연애 관계보다 동성 친구와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또한 고민 상담 상대로도 직장 상사나 선배보다는 어머니를 꼽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는 등,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보다 자신과 가까운 안정적인 관계에 몰두하는 성향이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주거 환경의 변화 역시 두드러진다. 아파트 전용면적이 점차 줄어들고 약 3평 규모의 협소 주택이 늘어나고 있으며, 외식업계에서도 입식 주점이 확산되는 등 생활 공간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체격, 소비, 인간관계, 주거 환경에 이르는 전반적인 다운사이징 현상은 저성장 시대 일본 사회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에 대응하여 새로운 경쟁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는 진단이 제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