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생전 부동산 처분도 유언 효력 유지 가능하다고 판시
부모가 자녀들에게 특정 비율로 재산을 상속하겠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긴 후 해당 부동산을 생전에 매각했더라도, 이를 곧바로 유언 철회로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숨진 A 씨의 자녀 B 씨가 형제들을 상대로 제기한 유언효력 확인 소송과 관련된 사안이다. 대법원 3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지난달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특정 재산을 상속하거나 증여하겠다는 유언 이후 해당 재산이 처분되었더라도, 그 매각 대금 등에 유언의 효력을 유지하려는 망인의 의사가 인정된다면 쉽게 유언 철회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동산 매매대금은 그 부동산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형태만 변경된 것에 불과한 대상 재산"이라고 강조하며, A 씨의 원래 의도는 상속인들의 상속 비율을 법정상속분(각 4분의 1)과 다르게 정하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언장 작성 당시 이미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A 씨가 향후 부동산 매각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으로 보았다. 특히 말기 암으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A 씨가 계약 체결 후 불과 19일 만에 사망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단순히 매매대금을 유언 내용과 다른 방식으로 분배하려는 의사만으로는 유언의 효력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망인의 매도 행위는 유언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언증서 작성 당시에도 부동산 매도를 전제로 그 대금을 법정상속분과 다르게 배분하려는 의사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사건의 배경을 살펴보면, A 씨는 2016년 자녀 4명에게 각각 다른 비율(B 씨 35%, 나머지 자녀들 11%, 19%, 35%)로 상속한다는 유언장을 작성했다. 이후 해당 부지가 지역주택조합 사업지에 포함되면서 A 씨는 2019년 3월 조합 측과 8억원 규모의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계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A 씨 사후, 지역주택조합은 자녀들과 별도 협의를 거쳐 각자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며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이에 B 씨가 유언장의 비율대로 대금을 분배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 법원은 A 씨가 생전에 부동산을 처분했으므로 이는 유언 내용과 양립할 수 없는 행위라 보고 유언 철회로 판단하여 B 씨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