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시장에서 시작된 만물상 거인의 비밀
한때 마작으로 생계를 유지했던 그는 프로급 실력을 바탕으로 생활했지만, 너무 잘 치다 보니 함께 칠 상대가 없어 수입이 끊기는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이후 창업을 결심하고 문을 연 곳은 도둑시장이라는 작은 잡화점이었습니다. 광고비를 쓸 형편도 안 되고 간판을 달 공간조차 부족했기에, 이목을 끌 만한 강렬한 이름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는 파산 기업의 재고나 처분 물품을 헐값에 들여와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박스째로 대량 구매하는 물건들이었기 때문에, 혼자 운영하다 보니 상품들을 보기 좋게 진열할 여력이 없어 아예 박스째 그대로 매장에 쌓아두는 방식으로 가게를 꾸렸습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단순히 박스만으로는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에 그는 직접 눈에 띄는 손글씨로 상품 설명을 붙였고, 이 작은 시도가 오늘날 대형 매장 곳곳을 장식하는 홍보물 문화로 진화하게 되었습니다. 원하는 물건을 찾기 위해 매장 내 여러 구석구석을 보물찾기하듯 돌아다니는 현재의 쇼핑 경험은 모두 이때 시작된 전략이었습니다.
또한, 이 상점의 또 다른 특징인 24시간 영업 시스템 역시 도둑시장에서 출발했습니다. 창업 초기에는 밤늦게 문을 닫고 다음 날 상품을 채우는 일을 반복하며 집에 갈 시간조차 없어 매장 바닥에 박스를 깔고 잠을 자던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열하는 늦은 시간에도 생각보다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는 것을 경험했고, 이를 계기로 심야 영업을 시작하여 현재 돈키호테를 대표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도둑시장에서 몸집을 키운 그는 마침내 첫 번째 매장을 열었습니다. '돈키호테'라는 이름은 세르반테스의 소설에서 따왔으며, 기존의 상식이나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돈키호테처럼 새로운 유통 기업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담고 있습니다. 도둑시장에서 배운 여러 전략들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매장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이후에는 적자에 시달리던 슈퍼마켓 프랜차이즈들을 인수하며 규모를 더욱 키웠습니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태국, 홍콩, 대만 등 여러 지역에 점포를 열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해당 현지 문화에 맞게 완전히 바꾸기보다는 일본식 돈키호테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입니다. 매장 대부분을 일본 제품들로 채워 넣고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여기에 저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식료품 등에도 영역을 넓히며 자체브랜드(PB) 상품까지 선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단순히 저렴한 이미지를 넘어 고급화 전략도 꾀하고 있습니다. 부촌 지역에 플래티넘 급의 매장을 열면서, 기존의 생활용품은 물론 와규 같은 프리미엄 식자재를 함께 판매하며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 기업은 단순한 박리다매 할인점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높은 수익성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