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재산분할 소송 재상고 배경과 쟁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재산분할 소송 결과에 재상고를 결정한 배경에는 9440억 원에 달하는 분할 금액이 과도하다는 판단과, 하루 1억 3000만 원에 달하는 지연이자를 일단 피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파기환송심의 결과를 법리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최 회장 보유 SK㈜ 지분의 종잣돈이 되었다는 2심 판단에 대해 “불법 원인 급여”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노 관장 측의 분할 비율이 대폭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파기환송심에서 정해진 몫은 33.3%로 항소심(35%)보다 2%포인트도 줄지 않았다. 또한, 이혼 확정 이후 SK㈜ 주가 상승분을 분할 비율에 참작한 판단의 적절성이나, SK실트론 지분이 분할 대상에 포함된 점도 주요 쟁점이다. 최 회장 측은 SK실트론 지분 29.4%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인수한 시점이 2017년으로, 이미 혼인 관계가 파탄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법원이 이 지분 가치를 7500억 원으로 평가한 것에 대해서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는 입장이 제기되었다. 현금 마련의 어려움 역시 배경으로 꼽힌다. SK㈜ 주식을 매각하려면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에 따라 최소 30일 전에 계획을 공시해야 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하고 세금을 납부하면 확보 가능한 자금은 크게 줄어든다. 최 회장은 오는 15일 0시부로 9440억 원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연 5%, 하루 1억 3000만 원 상당의 지연이자를 물어야 하지만, 재상고를 통해 판결 확정을 미루면서 일단 이자 지급을 유예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1조 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마련하려면 SK실트론뿐 아니라 지주사 SK㈜ 지분 매각까지 배제할 수 없어, 그룹 경영 안정성과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재계에서 나왔다. 최 회장 측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노 관장 측에 일부 주식 지급을 제안했으나, 노 관장 측이 전액 현금 지급 입장을 고수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최 회장 측이 법률적 판단을 다시 받는 동시에 재원 마련 시간도 확보하게 된 측면이 있지만, 소송 리스크 장기화와 경영 불확실성 지속이라는 부담은 여전히 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